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크로스 솔찍후기

by 이 글은 이런 취향 2024. 9. 2.

크로스 솔찍후기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관람평 후기 줄거리 결말 전혜진 쿠키 조나단

넷플릭스가 액션 코미디 영화 <크로스>를 공개했습니다. 이 작품은 황정민과 염정아가 호흡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는데요. 예고편이 공개된 후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와 비슷하지 않냐는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비슷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섹시한 매력이 강한 반면, <크로스>는 반전 정체가 멋이 있긴 하지만 중년 부부의 코믹 액션이 더 중점을 이룹니다.

<크로스>의 경우 개봉일이 3번이나 미뤄지다가 결국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되었는데요. 보면 여름시즌, 추석시즌을 노리지 않고 왜 넷플릭스로 직행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첩보 액션은 그럴듯 한데 분위기가 너무 무겁고, 유머는 불발탄이 많습니다. 더해서 강력반 형사 아내와 요원 시절을 숨기고 베테랑 주부가 된 남편 사이에서 더 재밌거나 쫄깃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그런 노력이 적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크로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타고난 현모양처인 줄 알았던 내 남편이 사실 요원이었다고?

<크로스>가 주는 재미의 핵심은 황정민의 강무 캐릭터가 지닌 반전매력 입니다. 강무는 말 그대로 남자 현모양처 입니다.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형사인 아내 미선을 위해 아침에 정성껏 식사를 만들고, 갈아입을 옷까지 챙겨줍니다. 미선이 직장 동료들을 데려오면 정성을 다해 대접하는 내조의 왕입니다. 때문에 미선의 동료들은 주부 강무를 제수씨라고 부릅니다. 정숙해 보이는 남자 강무에게는 정숙하지 못한 과거가 있습니다. 사실 그는 요원 출신입니다.

정체를 숨기고 강한 아내 옆에서 조신한 남편인 거처럼 살아가던 강무는 요원 시절 후배 희주가 한 무리에게 쫓기는 걸 발견하고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희주가 처한 문제가 강무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 강무는 급한 상황에 상부의 명령 없이 독단적으로 임무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료를 잃어버린 그는 결국 민간인 신분으로 불명예 전역을 당합니다. 이때 죽은 동료의 복수는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했던 중산은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던 과정에서 실종되고 맙니다.

중산의 아내인 희주는 임신한 상태로 중산을 납치했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 박 장군 일행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강무는 희주를 챙기며 중산을 구해내고자 앞치마를 벗고 총을 듭니다. 문제는 강무와 희주가 같이 있는 걸 본 미선의 동료들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오해했다는 겁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강무와 맞지 않는 미선이지만, 얌전한 고양이 같던 남편이 바람이라는 부뚜막 위에 올라갔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진상을 알아내고자 합니다. 자연스럽게 미선은 강무의 일과 접점을 맺는데요.

실종된 중산의 사건을 미선 팀이 전담하게 됩니다. 미선은 시내에서 벌어진 총기사건을 추격하던 과정에서 사라진 회사 대표 중산을 추적하고, 강무는 희주를 통해 중산의 실종을 알게 된 후 그를 구하고자 합니다. 따로 전개될 것만 같았던 부부의 이야기는 미선의 강무 불륜 의심을 통해 연결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유머입니다. 유머가 12년 전 황정민이 출연했던 부부 코미디 영화 <댄싱퀸> 만큼의 센스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몇몇 터지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상했던 타이밍에 가장 지루한 형태로 웃음을 유발하려고 해서 지루했습니다.


멋도 재미도 부족한 캐릭터의 개성

이 작품의 경우 여성 캐릭터들에 힘을 많이 주었습니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미선은 강력반 형사로 팀 내에서 다른 남자 형사들보다 유능하고 강인한 존재로 묘사가 됩니다. 더해서 희주 역의 전혜진이 극중 핵심 캐릭터로 활약을 펼칩니다. 이렇게 여성 캐릭터에 힘을 줄 예정이었으면 더 캐릭터를 세심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 캐릭터를 강하고 유능하게 뽑는다고 해서 매력이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캐릭터의 서사가 탄탄해야 그만큼의 매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미선 캐릭터에 아쉬웠던 점은 강무 같은 서사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부부 이야기를 가져왔고, 둘이 맞지 않는다는 설정이며, 강무가 과거를 속였다는 설정을 할 것이었으면 두 사람의 연애 시절을 코믹 장면으로 좀 넣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거 이들 부부가 이래서 사랑에 빠졌는데 현재는 이렇다는 점을 강조했으면 더 큰 웃음에 더해 후반부 멋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다 보니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만약 미선의 캐릭터에 더 힘을 주었다면 강무와 함께하는 후반부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부부 사이의 서사가 약하고, 미선에 대한 빌드업이라고는 초반 액션과 유능한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주인공들의 크로스, 케미가 잘 나지 않습니다. 희주의 경우도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혜진이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라 거대한 흑막이라는 반전 정체를 지닌 희주를 잘 소화해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헌데 박장군=장희주라는 정체 공개 후 캐릭터 반전을 너무 강하게 가져오려다 보니 장면에 힘을 너무 줍니다.

설정상 박장군은 대한민국 군납비리를 조종하는 엄청난 존재인데 극의 전개를 보면 그런 아우라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작품이 지닌 규모에 비해 악역의 설정을 너무 크게 해놔서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강무에 의해 구조된 중산이 통화에서 "네 부인 희주"라는 말에 "희주는 작전 후 바로 사라졌는데?" 하면서 다소 섬뜩하게 그 정체가 밝혀졌던 것과 달리, 캐릭터 자체의 임팩트는 약해서 아쉬웠습니다. 이런 주요 캐릭터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몰입을 하기 힘들었던 작품입니다.


따로 노는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크로스'

이질적인 장르를 섞을 때 중요한 건 리듬감 입니다. 액션 코미디 장르의 작품의 경우 액션이 긴장을, 코미디가 이완을 가져오는 리듬감이 중요합니다. <크로스>는 부부 사이의 케미도 이뤄내지 못하는 만큼, 장르적인 '크로스' 역시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액션은 그럴싸 하지만 규모의 측면에서 만족을 주지 못하고, 코미디는 감각이 많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드라마적인 측면을 강조해 부부 관계를 중점으로 액션을 보여주고 코미디는 양념으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선의 형사팀 캐릭터들이 감초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극적인 유머센스 자체가 떨어지다 보니 코미디를 살리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황정민과 염정아를 캐스팅 했을 때부터 액션과 코미디를 함께 강조할 생각이었을 겁니다. 액션의 화끈함은 몰라도 화려함을 생각했다면 더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 했을 겁니다. 중산을 구하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황정민의 엄청난 원맨쇼와 남편을 속이기 위해 몽유병을 앓는 것처럼 위장하는 염정아의 모습은 재미를 주었지만 전반적인 유머의 유효타가 많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래도 마지막 쿠키영상은 웃겼습니다. 희주를 잡고 강무의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군납비리 사건을 해결한 부부는 이후 팀을 이뤄 함께 활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마약 문제로 조나단이 잡혀옵니다. 웃긴 것이 조나단은 목사님이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황정민을 보고 이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황정민이 연기했던 전요환 캐릭터에 대해 언급한 건데요. 마지막 쿠키에서는 유머 센스가 상당했던 <크로스> 입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는 몰라도 오리지널 영화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올해만 해도 <황야>와 <로기완>이 모두 아쉬웠습니다.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흥행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 부담을 느끼는 작품들이 넷플릭스행을 택하는 듯합니다. 다만, 넷플릭스 플랫폼 내에서 보기에는 꽤나 좋다고 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되는 작품들 중에 퀄리티 떨어지는 작품이 많은 만큼 오리지널 영화들이 킬링타임 용으로는 꽤나 좋은 재미를 선사합니다.